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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한국 좀비영화 탄생, 영화 '부산행'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2016.07.2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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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외국에서는 이미 그 역사가 깊고, 국내외 마니아층도 탄탄히 형성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좀비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드물었다. 흥행에 실패하며 기억 속에서 사라졌거나, 그저 공포영화의 한 소재 정도로만 잠깐 등장하는 것이 전부였다.
과연 '국내 최초 좀비 블록버스터'에 대한 초기 관심이 지속적인 흥행으로 이어져 또 한 편의 천만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까.
좀비영화 마니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싫어하지도 않는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나는 영화를 무척 재밌게 봤다. 무엇보다 두 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동안 영화는 한 번도 관객의 몰입도를 놓치지 않는다.
이 영화의 플롯은 매우 간단하다. 이상한 바이러스가 흘러나왔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기 시작했으며, 유일하게 안전한 지역인 부산으로 가는 KTX 안에서 사람들이 좀비를 피해 도망치는 내용이 전부다. 바이러스가 왜 흘러나왔는지, 그 바이러스가 어떤 이유로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지에 대한 내용은 과감하게 생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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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관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심리상태도 영화에선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영화는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좀비들에게 쫓기는 이들의 모습에 주목하면서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들의 관계와 심리적 변화를 보여준다. 재난 상황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책, 두려움 때문에 생겨나는 인간의 이기심은 상투적이지만 현실적이다.
좀비가 아닌 살아남은 사람들끼리의 쟁투를 보는 심정은 '만약에 당신이라면?'이라는 질문을 받은 듯 복잡해진다. 아빠와 딸의 관계나 임신한 아내와 남편 사이의 관계에서 보여질 법한 신파적인 장면은 영화 초반에 예상했던 그대로이지만 그 장면 역시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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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플롯, 군더더기 없는 내용 전개와 화면구성, 사회비판이나 신파 같은 상투적인 내용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리듬감과 흡입력은 아무래도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사회비판적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의 힘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부산행'은 한국의 첫 좀비 영화라거나 천만 흥행작이라는 점 외에도 한국 영화계에 큰 의미가 있다.
얼마 전, 영화 의 프리퀄 애니메이션 '서울역'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의문의 바이러스가 시작된 서울역을 배경으로 아수라장이 된 대재난 속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부산행에 나오는 노숙자가 이 애니메이션과 연결된다.
흥행 중인 실사 블록버스터 영화의 프리퀄 애니메이션이라니, 이야기 전개의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펼쳐낼 수 있을 신선한 시도에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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